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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책을 골라 버리다가... 성 안의 이야기(잡담)

어머니께서 워낙 오래된 책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라.

제일 오래된 것은 1960년대 부터 시작하는... 제 나이따윈 아득히 뛰어 넘는 책들이지요.

이전 집에 살때는 1930년대의 책도 있었던것 같긴 한데..

과거와 전통과 추억따위는 일말에 가치도 없는 것으로 여기는 우리집 전통상.. (응?)

바로 폐지함으로 직행했다 하는군요. 뭐 그땐 제가 집에 없었으니...



지금 기준으로 그 오래된 전집은  글자도 잘 안보일정도로 작은데다 종이도 변색되어

더이상 보존하기도, 읽어보기도 힘드시다는 어머니의 판단하에 전부 버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난주말 궁시렁거리며 책을 정리하다가...  아니 정확히는 죄다 버리다가.

그 오래된 문학전집들 속을 알 수 없는 호기심에 한번씩 열어보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말입니다. 

보통.. 버린다고 생각한 책을 뭐하러 열어보겠습니까? 제 책이라면 모를까. 평소에는 잘 안하던 짓이기도 한데..

아무튼 그 속에서 40년전의 흑백 사진이 두장 나왔습니다.

한 장은 낮익은 인물과 함께 있는 누군가의 학사복을 입고 찍은 졸업식 사진. 

한장은 여러사람이 함께 있는 교실을 찍은 풍경이었는데.... 먼저 말씀드린 사진의 세명이 같이 있는 사진...  

어머니께서는 누군지 알 수 없다. 말씀을 하셨지만.. 안경을 끼지 않고 보셔서 그런것 같고..

색바랜 사진 입니다만. 아무래도 그 사진속의 인물은 학창시절의 저의 이모와 그 친구분들이었습니다. 




안그래도 매 주마다 할머니를 보러 이모께서 오시는 날이신지라.

어머니께 사진을 맡기고 이모를 드렸는데....

이모 : 세상에 별일이다. 이게 어디서 났니?

저 : 이번에 버리는 전집속에 있었어요.

한참동안 절 보시더니.. 말씀을 안하시는군요. 

그러고 운을 때며 하시는 말씀.. 

이모 : 내가 이야기 했나? 이사람... 

어머니. : (지나가는 말처럼.. )  갔니? 

이모 : 응.. 친구들에게 아무도 연락 안하고 가족들만 알고 있다가 갔어... 암으로.  지난달에 알았네.  



뭐?!!!


등골에 소름이 살짝~ 뭐 많이는 아니었습니다만.. 

이모 말씀이.. 이미 암을 가지고 있다가 차도가 좋아졌는데.. 한번 더 재발해서 가셨다 하는군요. 

그냥 농담 처럼... 아니 요즘 이모께선 좀 수상한데 빠져계셔서.. 그냥 빈말로..

그 분이 이모 보고 싶으셔서 사진이라도 찾게 한게 아닌가 하고.. 식구들 끼리 앉은 자리에서 웃고 말았습니다만. 

요즘 알았던 사람들이 이승을 떠나는 이야기를 두번이나 듣다보니  갑자기 이밤에 좀 섬찟한 생각이 드는군요.   





하고많은.. 그 40권 가까이 되는 오래된 옛날 전집 왜 그중에서도 그 한권을 열어서

그 사진들은 찾아 어머니께서도 잘 못 알아본 이모의 옛모습을 알아보고

사진을 남겨놨다가 드렸는지는 알 수 없는 수수께끼. 흔히 뭐에 씌인게 아닌가 말들 합니다만..

이날 이때까지 귀신이라곤 본적도 없는 처지군요. 영감의 파편조차 없다는게... 좀 안타까울 따름.

하여간 뭔가 그 사진 두 장 만큼은 알 수 없는 인연이 느껴지는군요. 

어느 책에 나온 이야기 처럼.. 살아서 이승의 사람들이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듯이..

저승의 사람들도 우리를 그리워하는.. 뭐 그런것 말이지요.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고 가족들끼리 장례를 치뤘다는 점에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보고 싶었는데... 못보고 간게 못내 아쉬웠던게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 비과학적이라 해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



하여간 좋은 시절의 행복한 얼굴 서로 보여주셨으니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극락왕생하세요. 좋은곳에서 부디 평안하시길..



추가.: 이모 말씀이 잘 못 전해저서 한 줄 추가.

돌아가신건 2년전이고.. 부고를 알게 되신게 한 달 전이라 하시는군요. 뭐라 해도 섬찟하긴 마찬가지지만..

덧글

  • 지크 2012/07/14 01:27 # 답글

    정말 신기한 우연이네요. 대단한 타이밍으로...
    어머님이 청소 지시를 안 하셨다면 책을 안 펼치셨을 테고, 드라코 님이 수많은 책 중에서 그 책을 우연히 펼처보지 않으셨다면 몰랐을 테고, 또 우연이 이모님이 안 오셨다면, 그리고 그 사진을 안 보셨다면 흠흠..
  • draco21 2012/07/14 01:35 #

    아니.. 뭐 버리는거야 어쩔수 없이 다 버렸긴 합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니 좀 아깝기도 하군요. OTL 저는 읽을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아무 상관없이 아무책이나 열어서 한번 슥 넘겨봤는데.. 사진 두 장이. 나왔다는게.. 우연이라고 하긴 좀 그렇더군요.

    정말로 잠깐 뭐에 씌였던건지도.. ^^: 하여간 먼저 떠난 사람의 사진을 찾아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좀 신기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 지크 2012/07/14 01:36 #

    게다가 하필 들은 소식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시다니...
    뭔가를 느끼셔서 이모님께서 한참 입을 안 떼시고 물끄러미 바라보신 것일지도.. 정말 섬뜩하신 경험이시겠습니다.
  • draco21 2012/07/14 01:49 #

    기껏 써놓고 나니 잠이 안오는군요. ^^: 비도 쏟아지듯이 내리고....
  • 지크 2012/07/14 01:51 #

    저희동네도 엄청 오다 멈췄습니다. 시원해 젔으면 좋겠는데 꿉꿉하기만 하네요. T_T
  • 카기노47 2012/07/14 02:42 # 답글

    제 경험상의 이론(?)으론 사후의 사자는 자신이 여기에 있었다는 것을 어떠한 형태로든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랄까, 그렇게 오래된 책들이면 박물관 같은 데에 기증을 하시는 게 어떠실지......한국은 그런 거 잘 안해주겠지만요 (....)
  • draco21 2012/07/14 03:17 #

    ...... 뭐 많이 상했고 보존상태가 나빴으니 큰 가치는 없었을겁니다.

    뭐 좀 낮간지러울 정도로... 낭만적으로 써두긴 했습니다만... 그냥 모든 가능성을 빼고 생각한다면 단순히 우연이겠지요. 좀 잘맞아 떨어진 우연. ^^:
  • 울트라김군 2012/07/14 09:48 # 답글

    기막힌 우연이네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되실거 같습니다.
  • draco21 2012/07/14 10:03 #

    그러게 말입니다. 사진속의 주인공분이 살아계셨다면.. 좀 더 좋은 추억으로 남았겟습니다만.
    뭐 사람은 가고 사진은 남고.. 사람이 떠나면 추억도 함께 떠나는 뭐 그런것이겠지요..

    순간 드라코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사진을 남긴다. 따위의 썰렁한 농담이 생각난것은 안비밀.. (도주~)
  • 셔먼 2012/07/14 10:18 # 답글

    세상에, 어떻게 그런 기묘한 시점에서 알아내시게 되었을까요....
  • draco21 2012/07/14 10:28 #

    조금은 낭만적으로 생각하죠. 뭐... 사람은 죽어도 서로 그리워한다고.. ^^:

    정작 찾아내고 드린 저는 좀 섬찟합니다만...... (:__)
  • 착선 2012/07/14 12:38 # 답글

    책속에 숨겨둔 비상금을 귀신같이 찾아내는...그런 신통방통함일까요?
  • draco21 2012/07/14 15:02 #

    ..... 안타깝게도 이번엔 크게 찾아낸것이 없었네요. 흑흑.. TOT. 저희 부모님께선 책속에 비상금을 숨기지 않으시기 때문에.. ^^:
  • 자그니 2012/07/17 01:15 # 답글

    ....;;; 소설감이에요...
  • draco21 2012/07/17 04:04 #

    그렇죠?.. 그런데 한가지 제가 잘못 쓴 것이.......... 그분 가신건 2년전이고 세상 떠난것을 알게 된것이 한달 전이라 하시네요.
    정말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알리지 않았다 하니....

    ...... 뭐 그래도 살짝 섬찟하기는 매한가지 인것 같긴한데... ^^: 나중에 수정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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