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한해도 마감이군요.
올해는 참 마지막이 몸서리 쳐지는 한 해였네요.
한동안 개인적인 일도 있고 해서 바빴습니다만.
지난 3개월간은 정말 머리털이 다 뽑혀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중 큰 것만... 골라서 말씀드려보면..
1. 제법 좀 큰 일이 있었군요.
10월 중순 새벽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비명과도 같은 부름에 뛰어나가서 안방을 가보니.
..... 저를 부른것도 아니었고. 뭔가 놀라셨나 했기도 했고
대충 밍기적 거리며 나가는게 제 스타일 입니다만.. 그날 따라 참으로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서둘러 뛰어나가보았습니다. 그 곳에는..
안방 화장실에.. 아버지께서 쓰러져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심한 알러지 체질이신지라.. 그때만 해도 상당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습니다.
또 알러지신가. 내지 이번에도 알러지 쇼크신가
가지고 있는 시트리진 일단 드리고 병원 모시면 되나 정도.. 생각했습니다만.. (제법 심하신지라..)
이건 그런 상황이 아니더군요. 보자마자 기겁을 했습니다.
바닥에 눕혀드릴때 거칠던 호흡이 체인스톡으로 바로 넘어가셨던지라 심상치 않았고..
바로 형과 제가 아버지를 끌어다 바닥에 눕히고 호흡은 거칠고.. 의식은 없고..
벼개로 기도 유지를 해드리고.. 전화로 119를 불렀지요.
다행스럽게도 119 구급대는... 2분만에 도착했습니다.
전화에 대고 주소만 불러주고 증세조차 말 할 틈도 없었건만.....
하여간 의식까지 잃어버리시고 동공 반사조차 없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저도 바로 옷을 갈아 입고 따라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그사이 약 3분간....
딱 엘레베이터 내려오는 그 짧은 시간 사이
아버지의 심장은 멈춰버렸습니다.
구급차에선 구급요원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어머니께선 ..... 생전 본적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만. 옆에서 대성통곡을 하시고..
형도 눈물짓고.. 저는.. 망연자실... 별 생각이 다 들었지요.
최근 부자간의 사이는 말 한마디 안하는 최악이었습니다만..
정말 이렇게는 못보낸다는 생각 말고는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늘이 보우하신건지.. 아니 이번일의 모든 과정이 그랬습니다만.
그 촌각을 다투는 시간에 구급대원의 적극적인 심폐소생술로
기적적으로 약하게나마 아버지의 생명수치와 심박동이 돌아왔고
쉴새없이 토해내시는 가래를 빨아내면서.. 구급차는 정말 거짓말 좀 보태서 약 17분 거리를
미친듯이 달려 2분만에 병원으로 도착했습니다.
구급차 안에서... 애타게 아버지를 부르는것 말고는 할 수 없었고..
집중 치료실로 들어가신 이후에는 기도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게 없더군요.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것 같습니다.
아직 아버지께 내 할 말 이 많이 남았다. 그러니 제발 살려달라고..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면.. 언젠가 만나게 되면 당신 궁둥이를 걷어찰거라고..
.... 한 한시간 가량 걸렸을까요.
그보다는 더 짧을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만.
그날은 시간이 뭐랄까... 하여간 시간감각이 개판이 되더군요.
아버지는 집중치료실에서 -당장 의식은 돌아오지않았지만 어쨌든 생명수치는 다시 유지되어서-살아 돌아오셨습니다.
의사 말이... 정말 운이 좋은.. 아니 기적에 가깝다 하더군요.
보통 심장이 멈춘지 3분이 지나면 치명적인 상태가 되어(뇌의 혈류공급이 끊기는것으로 압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제때 맞춰 응급실에 도착해서 처치를 받을 수 있었던건
말 그대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하시더군요.
거기다가.... 아버지께서 집중치료실에서 나올 즈음..
그날의 아침은 저의 가족에게도 악몽같은 아침이었습니다만. 병원에도 정말 지옥같은 상황이 벌어지더군요.
그날 아침 그 짧은 시간에만 심폐소생술및 집중치료실 환자가 유달리 많았습니다.
아버지 제외하고 한 6명 정도 되는것 같더군요. 그리고. 그 중 아버지 바로 뒤에 온 할머니 한 분은.
심폐소생술을 잘못해서 갈비뼈가 폐를 찌르고.. (종종 일어나는일입니다만)
그에 따른 폐혈증 쇼크와 내출혈로 생을 마감하시더군요.
할머니때 이후.. 또 피로 칠갑을 하는 의사분을 보게 될줄은... 그 외에도 한 두어분 더 유명을 달리했던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생과사가 정신없이 갈리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날은 한 1년 서로 못 본척 안보고 지내다가...
평생 불러볼 만큼 아버지 다 불러본 것 같네요. (:__)
네.. 불효자는 웁니다. -_-:
그렇게 좀 있다가 의식이 돌아오신 아버지는 호흡을 위해 기도에 넣어둔 카테터를 빼려 해서
간호사와 의료진을 잠시 기겁하게 만든 뒤. 그 이후에도 혈압을 비롯한 생체징후가 그렇게 상태가 좋지는 않아서
응급실에서 상태를 보다가 집중치료실로, 다행히도 병실이 생겨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뭐 의식이 있고 다 나았다며... 퇴원을 하겠다고 하시다
방금 전까지 의식 불명으로 죽다 살아난 양반이 어딜 나가려 하시냐고... 의사에게 한소리 들은건 안비밀.
병실 싼데로 가자고 하시다가 머리끝까지 화가 올라온 제게 또 한소리 들은건 ... 비밀.
그 12시간 동안 정말 지옥과 천국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험을 했군요.
한 달이 지난 지금 식구들 얼굴은 다 10년씩 삭았습니다. ...... 아버지를 제외하고. OTL
아니 아버지도.. 머리가 좀 하얗게 세버리셨군요.
그 다음날 까지도 집중치료실의 추적조사로 별다른 원인을 찾을수 없자..
심장혈관 조영술을 택해서 시술을 받았습니다.
병명과 증세를 알 수 없는것보다는 이 참에 알고 나가시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다시 병원에 오실 성격이 못 됨)
여담입니다만... 하루 지나고나니 그 막무가내 아버지 성격에 담당 의사들도
집중치료실 간호사들도 다 학을 때더군요. 퇴원을 향한 그 집념에, 결국... 제가 한번 더 화를 내야 했습니다.
제발 그렇게 죽어가다가 살아서 구원받은 목숨이면 얌전히 남의 말좀 듣고 겸허하게 따라 보시라고.
쌈박질 같은 설득으로 간신히 맘을 돌려주시고 (병원 11층 간호사 분들 죄송해요.. )
오후에 심장 혈관 조영술을 받아본 결과...혈관은.. 저보다 더 건강하시더군요.
의사말이 40대보다 더 관리가 잘 되어 있다 하십니다. -_-:
나이에 맞지 않게 그런 혈관의 경화가 없어서 심혈관의 경련이 왔을때
심하게 반응하신게 아닌가 하는 의사의 추측성 농담까지 들으셨을 정도니......
그리고 심근경색도 다행히 없어서 심장근육의 괴사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혈관의 콜레스테롤로 인한 협심증이 아닌..
'스트레스성으로 발생하는 이형 협심증'이 아버지의 병명이더군요.
담당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약물투여로 반응하는것으로 보아 거의 확실하다 하십니다.
다행이긴 했습니다만... 지난 1년간의 아버지의 스트레스에 저 또한 큰 비중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참으로 반성 많이하고.. 또 지금은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언제든 다시 발병할 수 있다는 점이 참...
하여간.. 그 다음주 금요일에 혈압및 혈액검사와 CT까지 모두 정상 판정을 받으셨고..
지금은 심혈관 계통의 약을 드시고 응급약을 상비하고 계셔서 한시름 놓은 상태입니다.
이 일이 터지고.....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참으로 불효막심한 생각입니다만..
전 제가 먼저 가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
건강에는 도통 신경도 안쓰지 자기 관리도 안되지...
거기에 심심찮게 날아오는 아버지의 핀잔도 그렇고.(무슨내용인지는 적지 않겠습니다. )
아버지께선 저와 정반대입니다. 적절한 운동. 저염식에 가깝게 소금도 잘 안드시고..
규칙적인 생활에.... 하지만. 다가오는 일 앞에는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부모님 두 분 다 '살만큼 살면 되었고 가면 그만이지' 라는 다소 오만한 생각도 하시는 분들 입니다만..
적어도 아버지께선 그런 말씀은 이제 안하시는군요.
나이 많은 할머니를 모시는지라.... 다 들 죽음에 대해 다소 경솔한 생각조차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막상 정말로 닥치고 보니....
예 사실 저는 지금도 조금은 공황 상태입니다.
아니.. 많이 놀랐다고 해야겠지요. 지금도.. 이런 저런 생각이 듭니다.
형이 조금만 일찍 출근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집에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머니께서 아버지 쓰러지시는 소리를 못들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배운대로 아버지의 기도유지 할 생각 조차 못들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니 좀 더 나가서 내가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하고 그게 잘못 되면 어찌 되었을까.
(이건 최악의 경우를 이번에 봐서 그렇습니다. )
이런 부분들만 생각해도 아찔하군요.
거기에 덧 붙여서.. 생각해도 기적 같은 일이 많았네요.
가깝긴 해도 제때 119 구급대가 와준것만해도 정말 고마운 일이었고
서울로 출근하는 분들이 제법 되서 그 시간에 이 동네 엘레베이터는 제법 사람이 많습니다만..
아버지 구급차까지 내려가는데 아무도 엘레베이터를 멈춰세운 사람이 없었던것도 그렇고..
도로에 차가 그리 많지 않았던것도 그렇고...
생사를 다투는 그 순간에 응급처치가 잘 되어서 심장이 뛰신것도 그렇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병원에 그날 아침 제일 먼저 응급환자로 도착하여
응급실 팀의 적절한 조치를 빨리 받으실수 있었던것 까지.
급할때만 이신 저신 다 찾습니다만... 정말 그 날은 누가 도와주셨다.. 라는 말 밖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군요.
물론.. 논리적으로 냉정하게 그 날 상황을 본다면.. 뭔가 다른 답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그렇게 아버지는 살아서 돌아오셨습니다.
아버지는 살아서 돌아오셨고.. 뭐랄까 가족들은.. 아니 저는 구원받았다는 느낌일까요.
생각해보면.. 저 위의 말도 안되는 일들이 다 합쳐져 일어난것만해도 기적인데..
그냥 신께서... 아버지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한 번 기회를 주셨다는 생각만 드는군요.
그게 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 찾아내야겠지요.
이 참에 고집은 좀 줄이시고.. 귀는 좀 순해지시고..
그리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만.. 그게 뭐 맘대로 되겠습니까.
또 어느 순간 부터 인가.. 다시 말 안들어주시고 담배 다시 피우시고.. 그럴 날도 오겠지요.
뭐 더이상은 저도 깊게 생각 안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언제는 효자였습니까.
빌어먹을 아들내미였지.
이번에 심장 놀란것 만큼 어머니의 대성통곡만큼..
분노와 애증을 담아서. 저도 아버지의 궁둥이를 걷어차버려야지요.
커험.......... 저도 눈물로 하소연을 해야지요. 음음.. 위에 뭐 보이시는거 없죠.
나쁜 어른이들만 보이는 문장임.
뭐 그러기 전에.. 일단.. 살부터 좀 찌셔야지요. 식이요법 탓인지 지금 많이 말라버리셨고..
하여간.. 앞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암튼 그렇게 다들 10년 감수하고......
저는 그 한 달 사이 팍삭 늙어버렸습니다.
피부염도 도지고. 게다가.. 앞머리는 돌이킬 수 없이 빠져버리고.
그날 자고 일어나니 정말 수북하게 빠져버리더군요.. OTL
그간 의사와 괜찮다 싶을 정도로 약이 잘 들어 다행이다 이런 이야기 운운하고 있었는데..
제 머리를 보더니.....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군요. (농담)
그리고 이번에 일어났던 일과 아버지의 병명을 이야기 하고는... 진찰실에서 대폭소.
아버지와 아들이 둘 다 스트레스로 질환을 앓는게.. 참..
그 피부과 의사분도 시골에 모신 부모님께 전화가 오면 깜짝깜짝 놀란다 하십니다.
이제 연세가 연세시니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른... 그런 나이니까요.
뭐 머리 벗겨지는거.. 이젠 팔자려거니 해야 할 듯 합니다.
의사도 그러더군요. 부모님 돌아가실 위기에.. 스트레스 안받으면 그게 어디 사람이냐고.
다만 이제는 먹는 약으로 가야 하는... (피눈물)
p.s 그날 이후 지금까지 종종..... 왼쪽 궁둥이가 걷어차인것 처럼 아픕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설마 내 기도를 들었나. -_-:
아무렴 어떤가 아버지 살아서 돌아오셨는데. 치질이 아닌게 어딘가요.. T.T
그리고... 이 일 다음에는....
- 2013/12/3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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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글수 : 8
덧글
스트레스성 탈모는 좀 편안해지면 진정이 된다던데[...]
하지만.. 이후.. 두 건이 더 있어서 그닥 제 머리는 안녕하지 못합니다만.. T.T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좋은일 생기게 저도 힘을 좀 내야겠지요.
그저 기적같은 일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때까지 너무나 건강하셔서 그런것 자체를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던게 참... 한심하달까요. 지금부터라도 잘 해야지요. 남은 소중한 시간만큼..